미세소관, 단순한 세포 골격이 아니다?
미세소관(Microtubule)은 세포 내의 구조적 뼈대 역할을 하는 미세한 관 형태의 단백질 구조입니다.
신경세포에서는 시냅스 전달, 물질 운반, 구조 유지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구성요소이죠.
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 미세소관이 단순한 골격 역할에 그치지 않고, 의식과 관련된 양자진동이 발생하는 장소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.
이 주장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와 마취과 의사 스튜어트 해머로프입니다.
그들은 1990년대부터 ‘ORCH-OR(Orchestrated Objective Reduction)’ 이론을 통해,
의식이란 뇌의 미세소관 안에서 발생하는 양자적 진동의 결과일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.

미세소관 안에서 양자 진동이 가능할까?
양자진동이란 입자들이 일정 주기적인 파동 형태로 진동하는 상태, 즉 양자중첩 상태에서의 진동을 의미합니다.
하지만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양자 상태는 열과 소음에 의해 쉽게 붕괴되기 때문에, 생물학적 환경인 체온 수준에서는 유지되기 어렵다고 여겨졌습니다.
그런데 몇 가지 흥미로운 연구들이 이 고정관념을 흔들고 있습니다:
- 2014년, 애리조나 대학교 해머로프 연구팀은 미세소관 안에서 THz(테라헤르츠) 수준의 진동을 감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.
- 2017년, 일본 연구진은 생체조건에서도 일부 단백질이 양자적 특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제시했습니다.
- 이는 미세소관 내부에서 양자 코히런스(quantum coherence) 상태가 극히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유지될 가능성을 암시합니다.
물론 이 결과들은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있으며, 다른 실험들이 동일한 결과를 재현하지는 못했습니다.
하지만 “양자진동이 미세소관에서 발생할 수 있다”는 가능성 자체는 과학계 내에서 점차 더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는 중입니다.
양자 생물학의 가능성과 도전
이 논의는 단지 의식 연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.
‘양자 생물학’이라는 새로운 분야는 광합성, 새의 항법 능력, 후각 등 생명현상의 일부가 양자역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연구들로 확장되고 있습니다.
그렇다면 뇌의 미세소관에서 양자 진동이 발생한다는 것은 단지 이론이 아니라, 생명체 내부에 양자현상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.
하지만 동시에 여러 도전과 회의론도 존재합니다:
- 생체 환경은 양자상태 유지에 너무 복잡하고 불안정하다는 비판
- 미세소관 진동이 양자진동인지 열적 진동인지 구분이 어려움
- 현재 실험기술로는 관측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한계
즉, 실재 여부를 결정짓기엔 아직은 이른 시점이지만, 탐색은 계속되고 있습니다.
결론 – 양자진동, 신경계의 또 다른 차원?
‘의식이 양자적 현상일 수 있다’는 아이디어는 여전히 논쟁적이지만,
**미세소관이 양자진동을 유지할 수 있는가?**라는 질문 자체는 검증 가능한 과학의 영역에 들어가고 있습니다.
만약 이 이론이 실험적으로 입증된다면, 우리는 의식, 감각, 직관, 심지어 자유의지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.
양자 진동은 신경계의 또 다른 차원이며,
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의식의 미세한 근원이 그 안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.